자영업 하는 지인이 얼마 전 ‘정부지원금 대행’ 상담을 받았다며 계약서를 들고 왔다. 월 몇만원이면 된다더니, 정작 조항에는 5년치를 한 번에 결제하라고 박혀 있었다. 그 무렵 비슷한 수법을 쓴 마케팅 업체 대표가 사기 혐의로 넘겨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광고 문구는 화려한데 남는 건 위약금뿐인 구조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놓치면 진짜 손해 보는 지점만 짚어 정리했다.
수강생 전원 2억? 이 광고, 대체 뭐가 문제였나
경남의 한 마케팅 업체 대표 A씨는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 SNS에 광고를 뿌렸다.
문구는 단순했다. “제조업은 정부지원금을 100% 받을 수 있다”, “수강생 전원이 2억원 넘게 받았다”는 식이었다.
이 광고를 보고 상담을 신청한 사람들이 그대로 고객이 됐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A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 6월 9일 불구속 송치했다.
이 사실은 7월 20일 세계일보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광고만 보면 솔깃하지만, 정책자금이든 지원사업이든 결국 심사를 거쳐 골라 주는 돈이다.
전원이 똑같이 2억원씩 받았다는 말은 구조상 성립하기 어렵다.

이런 광고는 대개 개인 SNS 계정이나 블로그를 통로로 삼는다.
교육 과정이나 ‘전문지도사’ 자격을 미끼로 사람을 모으고, 상담으로 유도하는 흐름이 반복된다.

왜 광고 대행자가 원청 몰래 거짓말을 했나
이 사건의 특이한 대목은 계약 구조에 있다.
A씨는 정부지원사업 컨설팅업체 대표 B씨와 “고객 1명을 유치할 때마다 120만원을 받는다”는 계약을 맺고 있었다.
A씨 본인 진술에 따르면, 수당을 더 챙기려고 B씨의 지시나 관여 없이 혼자 허위 광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건당 수당이 걸리면 실적을 부풀리려는 유인이 생긴다.
더 많이 끌어올수록 돈이 되니, 원청 몰래 문구를 과장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대표 B씨는 혐의없음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다만 고소인 측은 “B씨가 문제의 광고 영상에 직접 출연했다”는 점을 들어 불복 이의신청을 낸 상태라, 책임 논란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100% 보장’이라는 말, 왜 애초에 불가능한가
정책자금과 지원사업은 예산이 정해져 있고, 자격 요건과 심사를 통과한 곳에만 나눠 준다.
지원율 100%, 합격률 100% 같은 표현은 통계적으로 나올 수 없는 숫자다.
그런데도 이런 문구가 먹히는 건, 급한 사람일수록 확실한 약속에 끌리기 때문이다.

“수강생 전원 2억 수령” 같은 후기도 마찬가지다.
검증할 수 없는 성과를 앞세워 신뢰를 만들어 내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확정적으로 결과를 단언하는 문구가 보이면, 일단 한 박자 멈추는 편이 안전하다.

이런 문구·접근, 보이면 왜 의심해야 하나
이번 건과 최근 적발 사례들을 종합하면, 반복되는 수법의 결이 보인다.
아래 유형 중 하나라도 걸리면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
- 100% 승인·보장 문구 — 심사로 선별하는 돈에 100%는 성립하지 않는다.
- 후기·수령액 과장 — “전원 O억 수령”처럼 검증 불가능한 성과 강조.
- 정부 로고·기관 사칭 — 정부 상징을 무단 사용하거나 ‘중기부 인증 업체’처럼 위장(그런 인증 제도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 국가자격 사칭 — 민간자격을 ‘국가등록’으로 표기해 공신력 위장.
- 선결제·과도한 위약금 — 소액 분납을 약속하고 동의 없이 5년치를 일괄 청구하거나, 해지 시 과한 위약금으로 발을 묶는다.
- 텔레마케팅·카톡 초대 접근 — 정책금융기관은 선착순 대출을 문자·카톡으로 안내하지 않는다.
- 고액 성공보수 요구 — 승인 대가로 10~30%대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건 불법 소지가 크다.
- 컨설팅 빙자 보험 강매 — 상담을 대가로 과다한 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결합형 수법.

이건 개별 업체 한 곳의 일탈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광고대행 불법행위 대응 TF’는 2026년 1분기 검토 결과, 소상공인을 속인 광고대행사 18곳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5월 12일 보도).
이들은 월 소액 분납을 약속해 놓고 5년치를 선결제하게 하거나 해지 위약금을 청구하는 수법을 공유했고, 대표자·주소지가 같은 업체들이 상호만 바꿔 영업을 이어간 정황도 확인됐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 로고를 도용한 정책자금 사칭 광고, 상담을 빌미로 한 부당 보험영업에 대해 “형사처벌 시 최고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46건 중 20건은 이미 조치가 끝났다.

규제는 더 세지는 방향이다.
중기부는 정책자금 브로커(제3자 부당개입)를 별도 법제화해 최대 징역 5년·벌금 5000만원까지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성공보수 10~30% 요구 자체를 불법 행위로 규정했고, 2026년 1월 1일부터 6월 19일까지 운영된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에는 총 482건이 접수됐다.
진짜인지 아닌지, 어디서 확인하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광고를 믿지 말고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대조하는 것이다.
사업명, 공고번호, 주관기관을 검색해 광고 문구(지원율·지원금액)와 실제 공고가 일치하는지 보면 된다.
공식 사이트에 없는 사업이거나 내용이 다르면 허위·과장일 가능성이 높다.

| 공식 채널 | 운영기관 | 여기서 확인할 것 |
|---|---|---|
| 기업마당 (bizinfo.go.kr) | 중소벤처기업부 |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사업 공고 통합 검색·비교 |
| K-스타트업 (k-startup.go.kr) | 창업진흥원 | 창업지원사업 공고 원문 |
| 정부24 (gov.kr) ‘혜택알리미’ | 정부 통합 민원 | 개인 대상 보조금 맞춤 조회(구 보조금24 통합·개편) |
| 1357 중소기업 통합콜센터 | 중기부 | 정책자금 관련 문의(국번없이 1357) |
|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 | 중기부·중진공 | 허위서류·과다 수수료 등 부당개입 신고 |
정책자금이 걸린 문의라면 콜센터나 4개 정책금융기관(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정석이다.

계약 전에 뭘 꼭 따져봐야 하나
여기서부터가 놓치면 진짜 돈이 나가는 지점이다.
상담을 받더라도 서명 전에 아래를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 “100% 승인”, “전원 O억 수령” 같은 확정 문구는 일단 의심한다.
- ‘정부 인증’, ‘중기부 인증 업체’ 표현은 기업마당·중기부 채널에서 교차 확인한다.
- 자격증에 ‘국가등록·국가공인’ 표기가 있으면 큐넷(Q-Net) 등에서 실제 국가자격인지 검증한다.
- 담당자가 개인 번호·카톡·문자로 먼저 접근했는지 확인한다.
- 승인 대가로 10~30%대 고액 성공보수를 요구하면 거절한다.
- 분납 조건인데 일괄 선결제를 요구하거나 해지 위약금이 과하면 계약을 다시 본다.
- 환불·매출 보장 같은 구두 약속은 반드시 서면으로 남긴다.

피해가 의심되면 경찰(사기죄) 신고와 함께 중기부·중진공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 공정위 표시광고법 위반 신고를 병행하는 게 좋다.
한 곳만 접수하고 끝내기보다, 광고·계약·자금 각각의 창구에 나눠 알리는 편이 대응에 유리하다.

그래서 내가 받을 수 있는지는 어떻게 아나
결국 핵심은 하나로 모인다.
지원사업 신청은 기업마당·K-스타트업·정부24에서 누구나 무료로 직접 할 수 있다.
대행료를 먼저 요구하는 순간, 그 ‘컨설팅’이 정말 필요한지부터 되짚어야 한다.
내가 대상인지 확인하는 순서는 간단하다.
먼저 기업마당에서 업종·지역·규모로 지원사업을 검색해 자격 요건을 본다.
개인 대상 보조금은 정부24 ‘혜택알리미’에서 맞춤 조회하고, 창업 지원금은 K-스타트업에서 공고를 확인한다.
애매하면 1357 콜센터나 해당 정책금융기관에 직접 물어보면 된다.
광고 속 후기가 아니라 공고 원문이 기준이라는 점만 지켜도, 이런 사기의 대부분은 걸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