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부터 음원 사이트 발매 예정 목록을 뒤적이다가 익숙한 이름을 봤다.
김산하. 지난겨울 ‘미스트롯4’에서 김수희 ‘멍에’를 부르던 그 참가자다.
솔직히 나는 그 무대를 보면서 ‘이 친구 곧 신곡 내겠는데’ 하고 혼자 예언한 적이 있는데, 그게 무려 다섯 달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섯 달이 아니라 6년이었다.
데뷔는 2020년에 했고, 자기 이름을 건 오리지널 곡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역부A 참가번호 —” 88팀 중 한 명이었던 시절
2025년의 김산하는 이화여대 한국음악학과 4학년이었다.
졸업 논문이든 학점이든 신경 쓸 게 산더미였을 텐데 굳이 TV조선 ‘미스트롯4’에 현역부A로 지원서를 냈다.
물론 88팀이 우글거리는 판이었으니, 초반의 그는 카메라가 얼굴을 몇 초 잡아주면 다행인 위치였다.

이미 데뷔 5년 차였다는 점이 좀 얄궂다.
2020년 4월 18일 싱글 ‘몰라 몰라’로 정식 데뷔했고, 그해 MBC ‘편애중계’의 10대 트로트 가수왕 대전과 트로트 왕중왕전을 둘 다 우승했다.
KBS2 ‘트롯 전국체전’에서는 진해성과 붙어 이기고 3라운드까지 올라갔다.
이 정도 이력이면 신인이라 부르기 민망한데, 오디션판에서는 다시 참가번호를 달아야 한다.

본인은 이 선택을 담백하게 설명했다.
“새로운 너의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사람들을 너의 팬으로 만드는 것도 의미 있는 일”
— 김산하, mhn★ 심화인터뷰 중
듣기에 따라선 교과서적인 대답이지만, 5년 차가 다시 예선 줄을 서는 이유로는 이만한 게 없다.
“국악 하던 애가 왜 트로트를?” — 청주에서 이화여대까지
김산하는 2001년 5월 10일생, 충청북도 청주 출신이다.
2026년 기준 만 25세이고, 고향 덕에 충북도 홍보대사도 맡았다.
청주 원봉초와 청운중을 나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성악(판소리) 전공을 2020년 2월에 졸업했다.
그러니까 트로트로 넘어온 국악인이 아니라, 판소리를 계속하면서 트로트를 겸업하는 쪽에 가깝다.

10대 시절 상 목록도 은근히 살벌하다.
2018년 9월 제8회 청주시민가요제 대상, 같은 해 10월 제3회 청원생명가요제 대상, 2019년 6월 제26회 청주 박팔괘 전국학생국악대제전 판소리부문 차상.
가요제와 국악대제전을 번갈아 휩쓸고 다닌 셈인데, 이런 이력서를 보면 장르 정체성 고민이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2019년 6월에는 tvN ‘쇼! 오디오자키’의 ‘로드싱어’ 청주편에서 우승했다.
어린 시절 ‘국악소녀’ 송소희를 보며 국악의 꿈을 키웠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이건 2차 출처라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확실한 건 소속사 엠와이뮤직이 그를 소개하는 표현이다.
판소리를 기반으로 트로트와 대중가요를 넘나드는 국악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말은 길지만, 요약하면 발성이 남다르다는 뜻이다.

“15위입니다” — 벼랑 끝에서 시작된 회차
2026년 2월 19일 방송된 10회, 본선 4차전 레전드 미션이 분수령이었다.
1라운드 결과가 25점, 16명 중 15위였다.
이쯤 되면 편집자가 탈락 인터뷰용 브이로그 컷을 미리 찍어뒀을 법한 순위다.

2라운드 선곡은 김수희의 ‘멍에’였다.
화려한 기교로 점수를 끌어올리기 좋은 곡은 아니다.
그런데 그는 판소리로 다져진 절제된 한(恨)의 정서로 곡을 눌러 담았고, 그게 정확히 먹혔다.
허스키하면서 깊게 울리는 음색이 이 노래에서 제일 좋은 무기였다.

결과는 마스터 15명 중 9명이 만점(100점)을 줬고, 마스터 점수 1,492점에 관객 점수 212점을 더해 2라운드 1위였다.
최하위권에서 한 라운드 만에 꼭대기로 갔다.
언론이 “대반전”, “역전 드라마”, “막차 탑승” 같은 표현을 동원한 게 과장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최고로 충격받았다” — 마스터석이 무너진 순간
원곡자인 김수희 마스터의 심사평이 특히 회자됐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늘 말하는데, 김산하씨 무대가 그 말 그대로였다는 취지였다.
진성 마스터는 “최고로 충격받았다”고 했다.
원곡자 앞에서 원곡을 불러 이런 평을 받는 건, 솔직히 참가자 입장에선 로또에 가깝다.

이 회차 시청률은 전국 기준 14.7%로 10주 연속 동시간대 1위였다.
즉 반전 무대가 나간 날, 볼 사람은 다 봤다는 뜻이다.
다음 날인 2월 20일 톱10 명단이 공식 확정 보도됐고 김산하는 10위로 이름을 올렸다.
적우, 김다나, 정혜린, 장혜리, 김혜진, 채윤 등이 이 관문에서 걸음을 멈췄다.

준결승과 결승을 거쳐 3월 종영 시점의 최종 순위는 9위였다.
방송 후 인터뷰 기사 제목에는 “김산하 정말 아깝다”는 표현이 붙었는데, 누가 한 말인지는 기사에서 명확히 특정되지 않아 세평 정도로만 확인된다.
다만 아깝다는 반응 자체가 나왔다는 건, 15위에서 시작한 사람치고는 꽤 성공한 5주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인은 경연을 이렇게 정리했다.
모든 걸 쏟아내고 돌아오지만 그만큼 얻어가는 것도 분명히 있더라, 는 쪽이었다.
선곡을 두고 한참 고민한 끝에는 장르가 아니라 실력이 중요한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국악 전공자가 트로트 경연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 중에 가장 실용적이다.

“붙잡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고” — 6년 만의 첫 오리지널곡
그리고 7월 25일 오후 6시, 첫 디지털 싱글 ‘안아주세요’가 각 음원사이트에 풀린다.
장르는 발라드 트로트다.
붙잡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고, 보내야 하지만 끝내 보내지 못하는 이별의 감정을 담았다는 게 소속사 설명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선이 짙어지는 구성이라고 한다.
‘멍에’로 만점 아홉 개를 받은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설계다.

포인트는 발매 자체보다 ‘첫 오리지널 곡’이라는 사실이다.
2020년 7월 ‘소녀의 일기’ 이후 약 6년 만의 신곡이고, 자기 이름을 걸고 처음부터 만든 곡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뷔 6년 차에 첫 자기 곡이라니 계산이 좀 안 맞는 것 같지만, 오디션과 방송을 오가는 동안 시간이 그렇게 흐른다.
| 항목 | 내용 |
|---|---|
| 곡명 | 안아주세요 |
| 발매 | 2026년 7월 25일 오후 6시 / 디지털 싱글 |
| 장르 | 발라드 트로트 |
| 의미 | 2020년 ‘소녀의 일기’ 이후 약 6년 만의 신곡, 첫 오리지널 곡 |
| 소속사 | 엠와이뮤직 |

소속사는 음원 발매 이후 방송 활동은 물론이고, 이 곡을 국악 버전으로 새로 편곡한 무대 공연과 국악 밴드와 함께하는 버스킹까지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발라드 트로트를 낸 다음 그걸 국악으로 다시 뜯어고치겠다는 건데, 다른 가수가 하면 무리수인 계획이 이 사람에겐 그냥 본업 복귀에 가깝다.
본인이 말한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
국악이 가진 깊은 정서를 바탕으로 하되, 많은 분들이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밝은 에너지를 담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발매 전 시점이라 실제 청취 반응은 아직 없다.
팬 커뮤니티에도 미스트롯4 관련 글은 돌지만 ‘안아주세요’에 대한 구체적인 감상은 확인되지 않는다.
어차피 25일 저녁이면 다 나올 이야기다.

1라운드 15위였던 사람이 자기 이름 붙은 첫 곡을 들고 나오는 데 6년이 걸렸는데, 이번엔 심사위원 점수판 없이 듣는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