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대가 끝나고 스튜디오가 잠깐 조용해졌어요. 안성훈은 울었고, 허찬미도 눈가를 훔쳤죠. ‘사랑할수록’을 부른 사람이 형의 유작을 부르고 있다는 걸,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감동적인 장면 뒤에는 하필 ‘2000억 사기 의혹’이라는 아주 안 어울리는 꼬리표도 같이 붙어 있습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를, 애써 한쪽만 골라 담지 않고 같이 풀어볼게요.
울다가 검색창을 켠 사람이 저만은 아니겠죠
2026년 7월 16일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 포유’ 10회, 김재희가 ‘부활한 남자’라는 닉네임으로 Top7 염유리와 함께 무대에 올랐어요.
부른 곡은 하필 ‘사랑할수록’.
이 노래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나면, 무대가 그냥 무대로 안 보입니다.

스튜디오에 있던 안성훈은 “이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는데, 정작 선배님은 얼마나 큰 위로가 필요하셨을지 생각하게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고 다수 매체가 전했어요.
허찬미도 울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요.
그런데 검색창에 ‘김재희’를 치면 감동 스토리 바로 밑에 ‘2000억 사기’가 딱 붙어 나옵니다.
이 어색한 조합,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낫겠더라고요.
형이 남긴 노래를 동생이 부른다는 것
이야기의 시작은 1993년이에요.
부활 3대 보컬이었던 형 고(故) 김재기(1968.7.7~1993.8.11)는 3집 타이틀곡 ‘사랑할수록’의 데모를 녹음한 다음 날, 견인된 차를 찾아 공연차 파주로 가던 길에 빗길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24세.
정식 녹음을 끝내지도 못하고, 그 데모 버전이 그대로 앨범에 실려 유작이 됐어요.

그 노래를 남기고 형이 떠난 이듬해, 동생 김재희(본명 김재두)가 형의 영정을 들고 무대에 올라 ‘사랑할수록’을 불렀습니다.
그렇게 그는 부활의 4대 보컬이 됐어요.
참고로 경쟁 글들이 자주 헷갈려 하는 계보를 아래에 정리해 뒀습니다.
“형이 4대 보컬”이라는 오기가 은근히 많은데, 사실 형이 3대, 김재희가 4대예요.
| 대수 | 보컬 | 비고 |
|---|---|---|
| 1대 | 김종서 | 초기 보컬 |
| 2대 | 이승철 | 대표곡 다수 |
| 3대 | 김재기 | ‘사랑할수록’ 원 데모 보컬, 1993년 사고사 |
| 4대 | 김재희(김재두) | 친형 뒤를 이어 합류 |

같은 날짜라니,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여기서부터가 사람들이 말문이 막히는 대목이에요.
김재희의 아내는 5년간 암 투병을 이어가다 2022년 8월 11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 날짜는 형 김재기의 기일과 정확히 같은 8월 11일이었어요.

형을 잃은 날에, 몇십 년 뒤 아내를 또 같은 날 떠나보낸 겁니다.
드라마 작가가 이렇게 썼으면 “너무 작위적이다” 소리 들었을 우연이, 실제로 한 사람에게 벌어졌어요.
남겨진 건 늦둥이 외동딸 한 명(이름·나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다시 마이크를 잡은 이유를 두고 온라인에서 “딸을 위해 다시 선 아버지”라는 반응이 많이 나오는 게 이해가 갑니다.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김재희 무대 소감 취지
감동에 취하려는데 왜 자꾸 ‘사기’가 끼어들까
솔직히 여기서 글을 끝내면 참 깔끔한데, 그러면 반쪽짜리가 돼요.
김재희는 2089억 원대 불법 투자금 모집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경찰 추산으로 전국 35개 지사, 약 3만 명 대상, 확인된 피해자만 306명·피해액 약 190억 원 규모의 사건이에요.

2025년 11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김재희를 포함한 일당 69명이 유사수신·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는 내용이 나왔고, 급여 1억 원·고가 승용차·금품 수수 의혹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보도와 수사 단계의 이야기이고, 형사처벌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에요.
2026년 3월 JTBC ‘운명전쟁49’ 출연을 앞두고 이 의혹이 다시 시끄럽게 재점화됐고, “출연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자 김재희 측은 방송 직전인 2026년 7월 16일 단독 인터뷰로 정면 반박에 나섰어요.
“피의자로 불구속 입건되거나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없고, 참고인(관계인)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했을 뿐”이라는 취지였고, 급여·승용차·금품 수수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피해자들이 있는 사건”이라며 말을 아끼는 신중한 태도도 유지했고요.
감동 서사와 사기 의혹, 이 둘을 억지로 하나로 봉합하지 않고 각각의 무게로 두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정직한 정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분은 어느 쪽 마음이세요?
제작진은 “출연 전 김재희 측과 논의해 문제없다는 설명을 받았다”고 해명했어요.
누군가는 “가족을 그렇게 잃은 사람에게 노래할 자리 하나는 줘도 되지 않나” 하고, 누군가는 “의혹이 정리되기 전엔 방송이 이르다” 합니다.
양쪽 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저도 쉽게 한쪽 손을 못 들겠더라고요.
형이 남긴 노래를 동생이 부르는 무대에 박수를 보내는 것과, 2000억 사건의 사실관계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
이 두 가지가 꼭 충돌해야만 할까요, 아니면 각자 자리에서 따로 봐도 될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느 쪽에 가까운지, 댓글로 살짝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