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SSG랜더스필드 5회말, 공이 좌측 담장을 넘어갈 때 카메라가 잡은 건 환호가 아니라 안도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1사 2루, KIA 선발 애덤 올러의 135km/h 슬라이더.
비거리 130m짜리 2점 홈런 하나로 KBO 84년치 기록실이 한 줄 바뀌었다.
39세 4개월 18일의 3루수가, 열한 번째 시즌 연속으로 20홈런을 채웠다.
본인 표현은 딱 두 글자였다. 후련하다.

7월 16일 5회말, 좌월 2점 홈런
상황은 단순했다.
2026 신한 SOL KBO리그 후반기 첫 경기, 인천SSG랜더스필드, KIA전 5회말 1사 2루.
KIA 선발 애덤 올러가 던진 135km/h 슬라이더를 최정이 걷어 올렸고, 타구는 좌측 담장 너머 130m 지점에 떨어졌다.
시즌 20호이자 통산 538호였다.
이날 최정의 성적은 4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
3회말 1사 만루에서는 희생플라이로 타점 하나를 보탰다.
말하자면 대기록을 세운 날에도 밥값은 따로 챙긴 셈이다.
기록의 정체 — 11시즌 연속 20홈런
스트릭의 출발점은 2016년, 그가 시즌 40홈런을 친 해다.
그 뒤로 2026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20홈런을 넘겼다.
여기서 중요한 건 ’11’이라는 숫자보다 그 뒤에 붙는 두 글자, 최초다.
KBO 역사에서 아무도 밟아본 적 없는 칸이다.

비교 대상이 없으면 감이 안 오니 줄을 세워보자.
참고로 아래 2·3위 기록의 세부 연도 구간은 매체 요약 기반이라, 정밀한 확인은 KBO 공식 기록실 쪽이 정확하다.
| 순위 | 선수 | 연속 20홈런 시즌 | 기간 |
|---|---|---|---|
| 1위 | 최정 (SSG) | 11시즌 | 2016~2026 (진행 중) |
| 2위 | 박병호 | 9시즌 | 스트릭 종료 시점 세부는 재확인 필요 |
| 3위 | 이승엽 | 8시즌 | 2004~2011 |
2위와의 격차가 2시즌이다.
게다가 1위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좀 얄궂다.
추격자가 따라붙는 동안 앞사람도 계속 걷고 있는 구조다.
숨은 대기록 — 통산 1,000장타 최연소

대부분의 헤드라인이 ’11시즌 연속 20홈런’만 붙들고 있는 사이, 같은 스윙 하나가 조용히 다른 문도 열었다.
2루타 450개, 3루타 12개, 홈런 538개를 합쳐 통산 1,000장타.
KBO 역대 두 번째이고, 1위는 최형우다.
진짜 포인트는 순서가 아니라 나이다.
최정은 39세 4개월 18일에 도달했다.
종전 최형우의 42세 5개월 15일보다 3년 이상 빠르다.
3루수라는, 무릎이 제일 먼저 항복하는 포지션을 오래 지킨 선수가 세운 기록이라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통산 기록 스냅샷 — 2026년 7월 16일 기준
숫자를 한 번에 모아두면 이 선수가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가 선명해진다.
다만 몇몇 항목은 매체마다 수치가 갈려서, 확정치가 아닌 건 확정치가 아니라고 적어두는 게 맞다.
- 통산 홈런 538개 — KBO 역대 1위, 500홈런을 넘어선 유일한 타자
- 통산 장타 1,000개 — 2루타 450 + 3루타 12 + 홈런 538, 역대 2번째·최연소
- 통산 타석 1만 타석 돌파 — 2026년 5월 보도 기준, KBO 최초
- 통산 안타 2,400개 돌파 — 2026년 6월 3일 보도 기준 역대 5번째. 이후 누적분 반영한 7월 16일 시점 정확한 수치는 매체 간 불일치가 있어 미확인
- 통산 사사구 관련 기록도 매체에 언급되나, 날짜·총량 수치의 출처가 불명확해 이 글에서는 확정 서술을 하지 않는다
- 2026시즌: 타율 .306, 20홈런, 78안타, 57타점, 45득점, 3도루, 출루율 .397, OPS 1.012 (7월 16일 경기 종료 기준, 다음스포츠)

OPS 1.012라는 숫자를 다시 한 번 보자.
만 39세다.
보통 이 나이대 기사에는 ‘노장의 투혼’ 같은 단어가 붙는데, 이 성적표에는 그런 수식어를 붙일 자리가 없다.
그냥 리그 상위권 타자의 성적이다.
550, 그리고 600 — 남은 계산
538호를 기준으로 하면 550홈런까지 12개, 600홈런까지 62개다.
여기서부터는 추정의 영역이니 톤을 낮춰서 쓰겠다.

2025년 5월 보도(뉴스1·머니S)에서 언급된 ‘최근 4년간 평균 29개 안팎’이라는 페이스를 그대로 역산하면 그림은 이렇게 나온다.
550홈런은 이르면 이번 시즌 안에 닿을 가능성이 있다.
600홈런은 2028년 전후가 유력한 구간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그가 SSG와 2028년까지 계약된 것으로 보도된 시점과 겹친다 — 단, 이 계약 내용은 언론 보도 기준이고 구단 공식 발표 형태로 별도 확인된 건 아니다.
물론 이 계산은 언론이 공식 발표한 확정 전망치가 아니라 페이스 기반 추정이다.
선수 나이가 39세라는 변수 하나만으로도 곡선은 얼마든지 휜다.
SSG 김재현 단장은 2025년 5월 일간스포츠 인터뷰에서 “충분히 100개는 더 가능합니다”라고 했는데, 단장의 낙관은 통계가 아니라 기대치에 가깝다는 것도 감안하자.
본인 말 — “후련하다”와 “600개”

경기 후 최정의 첫 반응은 성취감보다 해방감 쪽이었다.
“홈런 하나가 남아있었다. 그래서 끝날 때까지 홈런 하나 못 치겠나 싶었는데 첫 경기부터 (나왔다)”고 했고, “좋은 투수 상대로 첫 경기부터 홈런이 나와서 후련하고 기분이 좋다”는 말을 덧붙였다.
“뿌듯하다”, “그래도 후반기 첫 경기라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는 게 현장 매체들의 전언이다.
그런데 다음 목표를 묻자 답이 달라졌다.
“600개를 채우면 후회 없이 유니폼을 벗을 것 같다.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은퇴라는 단어를 목표 문장 안에 넣어버린 셈이다.
동시에 그는 확신을 걷어내는 말도 했다.
“투수들도 많이 좋아졌고 수준이 높아졌다.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정말 모른다”는 취지였다.
62개를 남긴 사람의 말치고는 꽤 담백하다.
남은 변수

온라인에서 이 기록이 화제가 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이번 정리에서는 커뮤니티 반응 원문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언론 논조에서 “리빙 레전드”, “여전히 배고픈 최정” 같은 표현이 반복되는 정도가 확인 가능한 선이다.
그건 기자의 표현이지 팬의 문장은 아니니 여기까지만 적어둔다.
정리하면 이렇다.
기록은 이미 세워졌고, 숫자는 62개가 남았고, 계약서상 시간은 2028년까지 열려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62개를 채우고 웃으며 유니폼을 벗는 결말이 될지, 아니면 600이라는 숫자 앞에서 시간이 먼저 끝날지 — 그 답은 이 선수의 무릎과 앞으로 두 시즌치 타석만 알고 있다.
확실한 건 하나뿐이다. 지금 이 사람, 아직 아무것도 끝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