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후회없이 치고 싶다.”
7월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130m 좌월 2점 홈런으로 KBO 최초 11시즌 연속 20홈런을 완성한 최정이 경기 후 남긴 말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7월 17일, SSG는 최정을 좌측 골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대기록과 이탈 사이의 간격은 정확히 24시간이었다.

하루 만에 무엇이 뒤집혔나
7월 16일 후반기 첫 경기, 1-0으로 앞선 5회말 1사 2루였다.
KIA 선발 애덤 올러의 6구째 135km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렸고, 최정은 그 공을 좌측 담장 밖 130m 지점까지 보냈다.
시즌 20호 홈런이자 KBO 최초 11시즌 연속 20홈런이 완성된 순간이다.
SSG는 그 경기를 6-0으로 이겼다.
다음날인 7월 17일, SSG는 최정의 1군 엔트리 말소를 발표했다.
사유는 좌측 골반 통증.
구단은 “좌측 골반 부위의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완화되지 않아” 말소했다고 설명했고, “국내외 전문 의료기관과 다각도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귀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 기록은 얼마나 어려운 숫자인가
11시즌 연속 20홈런의 기간은 2016년부터 2026년까지다.
지난해 최정이 스스로 세운 ’10시즌 연속’ 기록을 1년 더 늘린 것이고, 그 위에 비교 대상이 없다.
KBO 역사에서 이 구간을 통과한 타자는 최정 한 명뿐이다.
같은 날 하나가 더 붙었다.
홈런 538개, 2루타 450개, 3루타 12개를 합한 통산 1000번째 장타다.
도달 시점 나이는 39세 4개월 18일. 최형우가 갖고 있던 최연소 기록을 3년 이상 앞당겼다.
통산 장타 순위로는 최형우에 이은 역대 2번째다.
말소 시점 기준 2026시즌 성적은 타율 0.306, 20홈런, 45득점, 57타점이다.
39세 시즌에 3할과 20홈런을 동시에 찍고 있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5월에는 KBO 최초 21시즌 연속 10홈런도 이미 통과했다.
통산 홈런 538개는 리그 1위이자, 현역 중 500홈런을 넘긴 유일한 숫자다.

골반 통증은 언제부터였나
이번 이탈은 갑자기 튀어나온 사고가 아니다.
시작점은 6월 5~6일 KT Wiz전 무렵이다.
왼쪽 고관절, 그러니까 골반 부위에 불편함이 생겼고 최정은 곧바로 라인업에서 빠졌다.
당시 “오늘 내일 출전이 불가하고 사흘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었다.
혼동하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다.
5월에 있었던 좌측 대퇴골 염증 건과 이번 골반 통증은 별개로 보도됐다.
5월 19일 고척 키움전 9회 스윙 도중 좌측 대퇴골에 통증이 왔고, 20일 염증 진단, 22일 말소(소급 적용)를 거쳐 5월 30일 복귀했다.
복귀전에서 곧바로 시즌 12호 홈런을 쳤다.
그리고 일주일도 안 돼 다른 부위에 새 통증이 붙은 것이다.

왜 한 달 넘게 뛰었나
6월 23일 시점의 상황이 이번 말소의 성격을 설명한다.
복수의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았는데도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
이숭용 감독은 “어제 병원을 다녀왔는데 의사 말로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더라. 진통제를 먹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단명이 없으니 치료 계획도 세워지지 않는 구조였다.
6월 24일 무렵에는 최정 본인이 “2군 가면 무너질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구단 코멘트가 전해졌다.
7월 3일에도 그는 통증을 안은 채 선발 출전을 이어갔다.
“아팠다 안 아팠다 한다. 일단은 지금 상태로 계속 가야 할 것 같다. 나도 답답하기는 하다”는 게 그날 본인 발언이다.
같은 시점 SSG 관계자는 “병원을 계속 찾고 있다. 한 곳에서만 볼 일은 아니다. 복수의 병원에서 교차 검증을 받으려 한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이렇다.
6월 초 발생 → 원인 불명 → 진통제로 한 달 이상 출전 → 7월 16일 대기록 → 7월 17일 말소.
20호 홈런은 그 통증을 안고 나온 타구였다는 뜻이 된다.

기록 다음날의 인터뷰는 무슨 말이었나
7월 16일 경기 후 최정은 이렇게 말했다.
“평소 두자릿수 홈런 기록에 가장 애정이 크다. 그래서 11년 연속 20홈런 기록도 애정이 간다.”
이어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으로 홈런을 많이 치기 어려운 것을 안다. 그러니까 더 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앞으로 후회없이 치고 싶다”고 했다.
“전처럼 계속 꾸준히 할 수 있을지는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1년씩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다음 목표는 통산 600홈런이다.
현재 538개, 62개가 남았다.
7월 17일 보도에서 그는 600홈런을 치면 후회 없이 유니폼을 벗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 기사가 나온 날 말소 발표가 나왔다.

복귀는 언제로 보이나
현재로선 시점을 특정할 근거가 없다.
구단이 밝힌 건 “국내외 전문 의료기관과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는 문장 하나다.
진단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통증만 남아 있다는 6월 이후의 구도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면, 복귀 시점보다 원인 규명이 먼저인 국면으로 보인다.
이번 말소가 지난 5월처럼 열흘 안팎으로 끝날지, 더 길어질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포지션 쪽 변화도 이미 진행 중이었다.
2026시즌 최정은 고관절·골반 문제로 3루 수비 출전이 줄고 지명타자 비중이 늘었다.
이숭용 감독은 고명준을 중심으로 한 3루 세대교체를 시사한 바 있다.
후반기 SSG 타선 구상은 최정의 이탈 기간에 따라 다시 짜일 수밖에 없다.
매체들은 이번 소식에 ‘날벼락’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썼다.
5월 부상 때도 같은 단어가 나왔다.
39세 타자가 진통제를 먹고 한 달을 버티며 리그에 없던 기록을 하나 만들었고, 그 다음날 엔트리에서 이름이 빠졌다.
남은 숫자는 62개다.

